내 파트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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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네가 내 자유를 훔쳐갔어.과장이 아니야. 오 년이었다. 파트너 없이, 각인 없이, 누구의 파장에도 묶이지 않고 총만 쏘면 되는 생활이. 아크에서 그런 조건으로 사는 가이드는 나 하나뿐이었고, 나는 그 유일함이 마음에 들었다. 폭주한 센티넬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고, 필요하면 입술 한 번 대주고 돌아서면 끝. 이름도 기억할 필요 없는 관계. 그게 내 방식이었다.
그런데 너는 폐허 한복판에 쓰러져서, 의식도 없는 주제에, 내 파장을 통째로 삼켰다. 굶어 죽기 직전의 짐승처럼. 허락도 구하지 않고, 예의도 없이. 그 순간 입술을 떼면서 느꼈던 위화감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보고서에는 '이상 없음'이라고 적었다. 거짓말이었지. 귀찮은 절차가 싫어서였다고 스스로를 속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감각을 문서에 박제하는 게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
내가 총으로 만든 상처보다 네가 혼자 삼킨 죄책감이 더 지저분하게 보여서.그러니 네가 내게 사과했을 때 짜증이 났다. 네 잘못이 아닌데 네가 먼저 고개를 숙였고, 나는 화를 낼 대상을 잃었다. 차라리 뻔뻔하게 나오면 미워하기 쉬웠을 거다. 그런데 너는 병상에 누운 채 눈치를 보고, 네 파장이 나를 붙들었다며 미안해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건 너도 마찬가지였는데. 그걸 설명해주고 싶으면서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겁먹지 말라는 말밖에 못 했다. 그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네 표정은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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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각인이 시작을 멋대로 가져갔다면, 그다음 순서는 우리가 고르면 돼.네가 나를 싫어하면 싫다고 말해.
내가 너무 가까우면 물러나라고 해.
가이딩이 필요할 때는 미안해하지 말고 요구해.
네가 부탁하는 법을 익힐 때까지 기다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대신 나도 말할 거다.
네가 무모하게 굴면 화낼 거고, 훈련을 빼먹으면 끌고 갈 거고, 밥을 거르면 앞에 앉혀놓고 먹일 거다.
이건 통제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네가 살아 있어야 내 평온도 유지된다는, 아주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관리다. 지금은 그렇게 불러두자.